끄적

개발 현업 7개월차의 회고

ebang 2025. 1. 4. 08:32

회사생활에 대한 회고와 개발 현업에 뛰어들게 된지 7개월차가 된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1. 녹록치 않은 회사 생활, 그러나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하느냐임을. 

여느 회사생활이 그렇듯 녹록치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우선 회사생활 이야기는 각설하도록 하고..

 

이 회사에 와서 고쳐먹은 생각이 있다. 

나는 내가 그냥 나름 공부하는 것도 즐기고, 일하는 것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두루뭉실하게 '공부'하는 걸 즐거워하고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공부함으로써 미래에 기대되는 쓰임새가 있는 지식을 쌓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일로써의 일' 같은 일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실제로 팀에 도움이 되고, 회사의 비즈니스와 연관된 일을 하기를 원했다. 

 

내가 하는 일이 미래에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걱정이 들고 의욕이 저하되기 시작했었다. 

 

이런 걱정들이 쌓여가고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때쯤. 내가 추구하는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중요한 것은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을 해석하는 본인의 주관이다. ' 

 

이런 고민을 겪는 사람이 한명 뿐이겠는가? 

여러가지 커리어와 관련된 걱정을 하는 것은 내가 분명 더 의식있고 나의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채워가고자 한다는 좋은 의미였지만,

회사 일을 할 떄 업무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에, 나는 내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보기 시작했다. 

 

지금 하는 일이 당장은 의미없어 보이더라도, 배울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가장 걱정되었던 점은 내가 속한 부서는 python 만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python django 가 아니고, python fastapi 가 아니고.. (물론 나중에 사용하기는 했지만)

 

python 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기대되는 것은 machine learning, data engineering 인데 관련분야는 내 관심분야가 아니었다. 

이런 경험을 어떻게 살려서 나의 전문성을 어필할 수 있을까.. 큰 고민을 하던 중 만나게 된 것은. 

 

회사에서 열어준 TOSS 회사에 재직중인 개발자 분의 연사 강의였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python 과 관련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고, TOSS 회사에서 python 언어를 이용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계신 개발자께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신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강의는 내가 생각을 고쳐먹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The zen of Python에서 시작한 python의 철학과 그에 맞는 코드를 작성하기 위한 조언,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여러 기법과 python context manager...

profiling 하는 다양한 tool 과 각 tool 의 장단점..  등등 

내가 python 에 대해 이렇게도 모르고 있었나 싶어 부끄러움을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게 이런 말이구나. 

나의 편협한 시각으로 내 상황을 왜곡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는 게 없으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고, 더 많은 개선점이나 기술적으로 살펴볼 것들이 제한되어 있던 것이다. 

 

다음날부터는 사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python clean code 라는 책을 틈틈히 읽으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작성되었던 python 언어에서도 개선할 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원래는 스쳐지나갔을 여러가지 코드들의 의미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한층 성장하기 시작했다. 

 

 

 

 

2. 녹록치 않은 회사생활, 개발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 

그렇게 python 에 마음을 붙이고, 나에게 할당된 한 프로젝트는 onpremise 기반에서 cloud 로 전환하면서, web backend 작업을 하는 일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든 생각은, 그냥 개발을 잘하는 것보다,

의사결정을 위해 지식을 종합하는 능력, 업무 지시사항이 명확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해내는 능력, 모르는 게 있을 때 빠르게 그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이러한 소프트 스킬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과제에서는 스스로 개발 스택을 선정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fastapi 와 spring boot 의  동작 원리의 차이점, 벤치 마킹 등을 분석했다.

backend 로직이 시간이 오래걸리는 분석 작업이었기 때문에, 비동기 처리를 하는 식으로 작성해야했고 관련된 지식도 습득했다. 

파일 기반의 입출력이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에, Azure Blob 서비스를 사용했는데, blob 이 무엇인지부터 python package 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기 위해 Azure 공식문서를 기반으로 열심히 읽고 또 읽었다. 

 

 사수님이 중간에 몇 번 봐주시기는 했지만, 부서가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홀로 지식을 습득하고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만 했다. 

 

42서울에서 교수,교재, 학비가 없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고 주어진 과제만 있는 상황에서 동료들과 헤쳐나가는 학습을 2년동안 해왔던 덕에 쌓여있던 터라, 그래도 그렇게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전반적인 업무를 더 커다란 범위로 학습하고, 일과 관련된 도서를 읽을 계획이다.  조만간 신수정 작가님의 '일의 격'을 읽을 예정이다. 

 

3. 개발에서 중요한 건... 

웃기게도 python 을 활용하던 부서에서 이동해서 새로운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많은 고민 끝에 이동하라는 제안에 이동하게 되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새로 만난 사수님이 개발하시고 운영을 맡고 계신 웹 사이트를 함께 담당하게 되었다. 스택은 java spring boot 이다. 

 

이 웹사이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frontend, backend 코드를 동시에 보면서 어떻게 요청이 들어오고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떠오르는 문장은 딱 하나였다. 

 

'개발자는 도메인이 중요해'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던 그 문장이 바로 확 와닿아버렸다.

기본적으로 요청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가 도메인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유저가 어떻게 클릭하는지에 맞추어  frontend code 가 설계되고, 요청에 대해 처리하는 도메인 지식이 backend 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도메인에 대해 많이 알고 전문가가 될 수록 업무 대응이 빨라지고 개발의 80% 이상을 이미 파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많은 걸 깨달은 지금, 다음 스텝을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게 좋을지도 고민해봐야겠다.